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많은 과목들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학교가 끝나면 다시 학원에 가서 또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합니다. 뿐만 아니라 경시대회 등에서의 성적으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학생들의 학업 능력도 매우 우수합니다.
이런 교육열 덕분에 우리 나라는 뛰어난 인재들을 배출해 낼 수 있었고 이들이 근면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단기간 내에 경제 성장을 이루고 외적인 측면에서 나름 선진국에 근접하는 국가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조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저렇게 열심히 공부한 것들은 정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할 만큼 가치있는 것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과 실제 사회에서 일을 제대로 하여 성과를 내는 것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물론 아는 것이 너무 없으면 그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아는 것이 많은 것과, 학벌이 좋은 것과, 일을 잘 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저 사람은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 아는 것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일을 잘 하네? 저 사람은 아는 것도 많고 학벌도 좋은데 왜 일은 못할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간 알고 있던 상식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우리의 선배들은 사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 비해서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난하였기 때문에 공부할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데모 등 다른 활동을 하느라 공부를 소홀히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들이 사회로 나와 경제활동의 주역이 되었던 지난 세월 우리 나라는 고도 성장을 거듭하며 매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 왔습니다.
반면 지금의 학생들은 매우 치열하게 공부합니다.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유치원부터 고등학생 기간까지 쉼 없는 레이스를 달리고, 대학교에 가서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학점 관리와 영어 공부에 매진합니다. 공부하는 양으로 친다면 현 세대 학생들의 공부량은 어마어마한 수준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엄청난 공부를 한 학생들이 사회로 매년 쏟아져 나오는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우리 나라의 미래를 과연 밝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과거와 같은 고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렇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머릿속에 주입하며 오직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 혹은 시험(고시, 공무원 시험 등)에 통과하기 위해서 다시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 나라의 현재의 교육 실태는 한정된 파이를 차지하게 위해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일종의 배틀로얄 게임이며, 경제 성장에 있어서는 그리 큰 기여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우리 나라의 경제는 정부의 정책 +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 + 구조적인 특성(베이비붐 세대의 등장) + 시대적인 행운(플라자합의로 인한 엔고 덕택에 입은 상대적인 환율 수혜 등) 등등의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성장해 왔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입니다.
교육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나(노동력의 질이 너무 낮아도 문제가 되므로)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에 있어 크게 기여한 요소는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히려 경제성장의 과실을 따 먹기 위한 수단으로서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하여 좋은 자리를 차지할수록 경제성장의 파이를 더 많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교육은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의 교육은 지나치게 낭비적이며 학생들간의 경쟁만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종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주체들이 너무 많아 변화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리고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록 한정된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져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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