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 / 2020. 8. 6. 01:54

한미 미사일 지침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향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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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8일 청와대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 개정되어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발표했습니다. 새롭게 개정된 미사일 지침 덕분에 한국은 민간용 우주발사체 개발에 대한 제한을 모두 풀고 액체, 고체, 하이브리드 등 모든 유형의 우주발사체 개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은 미사일 및 우주발사체 개발에 관련하여 미국과 합의한 외교 지침입니다. 1979년에 처음으로 작성되었고 이후 4차례(2001년, 2012년, 2017년, 2020년) 걸쳐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한국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술을 마음껏 연구하고 실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체연료를 실은 우주발사체는 곧 ICBM으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사일 사거리는 현재 800km로 제한되어 있지만 협상하기에 따라 이 역시 곧 해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그간 한국의 우주발사체 및 미사일 개발을 제한해 온 미사일 지침의 역사와 의미, 향후 전망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한미 미사일 지침의 시작

 

미국의 지미 카터 정권이 주한 미 지상군의 일부 철수를 추진하여 한국의 안보 불안을 야기했고 이에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위해 당시에는 최신식이었던 나이키 미사일을 국산화하고 개량하는 백곰사업을 극비리에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수상한 움직임을 눈치챈 미국은 즉각 반발하였고 특히 미국은 한국이 자체개발한 백곰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면서 한국이 미사일 개발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했습니다.

 

이에 굴복한 박정희 정권은 미국에 사거리 180km 이상의 미사일은 개발 및 보유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문서로 보내었고 이것이 한미 미사일 지침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2. 한미 미사일 지침 진행 경과

 

한국이 미사일 사거리 한계를 180km로 지정한 이유는 180km가 한국 본토 최전방에서 평양을 공격할 수 있는 한계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 이후 미사일 개발을 미국과 마찰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미국으로부터 기술 및 부품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이 미국의 환심을 사서 정권을 안정을 꾀하기 위해 백곰 미사일 사업을 취소하고 관련 연구원들을 해고하면서 그 의미가 사라졌습니다. 이후 아웅산 폭탄 테러를 겪은 후 전두환안 다시 미사일 개발 사업을 재개하여 현무라는 이름을 단 미사일이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은 한동안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관심이 없었는데 한국이 미사일을 개발을 재개하자 다시금 제한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1987년 한국에 전략 물자 및 기술자료 보호에 관한 양해각서(MOU) 교환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미사일 관련 기술을 타국에 파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의 양해각서였습니다.

미국의 압력을 버티지 못한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 개정에 서명하여 한국은 사거리 180km, 탄두중량 500kg 이상의 발사체 개발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미사일(군사용 로켓)만 금지였었는데 이번에는 군사/과학/산업용 로켓을 포함한 어떠한 로켓도 금한다였기 때문에 1979년에 비하여 상황이 매우 악화된 것입니다.

 

한국의 미사일 및 발사체 연구는 큰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미사일 기술 통제 체재(MTCR)가입을 전제로 규제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MTCR과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을 별도로 보고자 했습니다. 한국을 더욱 더 강하게, 확실하게 옥좨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1995년경, 한국은 한미 비확산 실무협의체를 통하여 MTCR과 같은 조건인 사거리 300km와 탄두중량 500kg이내로 사거리 규제를 완화하고 동시에 한국의 MTCR 가입을 미국이 지지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민간용 발사체 개발은 규제하지 않는 것을 요구하였으나 미국은 이 부분에 대하여 거부의사를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1998년 북한이 광명성 1호를 발사하면서 한국의 안보 불안이 극에 달하자 한국은  미국에 다시금 새로운 협정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는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함을 읍소하며 미국에게 미사일 지침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2001년 미사일 지침 1차 개정>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한국은 2001년 "대한민국은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을 초과하는 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 라는 내용의 독자적인 미사일 지침을 만들고 이 내용을 미국에 통보햇습니다.

 

또한 사거리와 탄두중량 비율을 조절하여(트레이드 오프) 사거리 500km, 탄두중량 300kg 이하도 만들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으며 이 규정을 벗어난 미사일은 생산 및 시험발사는 하지 않지만 연구는 계속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이 지침 이후 민간용 발사체는 사거리 제한을 없어졌으며 민간용 발사체는 연구, 시험발사, 해외 도입 등 무엇을 하든 제한이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고체연료 사용은 제한되었고 군상용으로 전용이 힘든 액체연료 발사체만 개발이 허용이 되었습니다.

<2012년 미사일 지침 2차 개정>

 

2012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미 그 이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미사일 지침 개정이 필요함을 두 차례 타전했습니다.


양국간 협의를 거쳐 미사일 지침이 개정되었고 2012년 10월 7일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으로 새 미사일 사거리 지침을 합의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앞 개정과 마찬가지로 트레이드 오프 규정도 적용이 되었습니다. 800km 미만의 사거리라면 탄두중량을 사거리가 줄어든 만큼 더 늘릴 수 있는 것입니다.

탄도미사일 사거리 800km 한도는 한국의 미사일 개발이 북한만을 겨냥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원래는 1000km를 목표로 하였으나 주변국들의 반발의 의식(?)하여 800km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이 정도의 사거리면 북한 전역은 확실하게 공격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이나 일본을 공격하기엔 애매한 거리입니다.


사거리 제한은 고체연료 민간용 발사체 개발에도 적용됩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민간용 발사체는 곧바로 군사용으로도 전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미사일 지침 3차 개정>

 

2017년 미사일 지침 3차 개정을 통해 미사일 개발 제한의 두 축 중 하나인 탄두중량에 대한 제한이 없어졌습니다. 개정 전 "대한민국은 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을 초과하는 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 에서 개정 후 "대한민국은 사거리 800km를 초과하는 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로 중량에 대한 조항이 사라졌습니다.

 

북한이 ICBM급 탄도미사일 화성 14형의 시험 발사를 강행하면서 개정 협상은 급물살을 탔으며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열린 NSC 상임회의가 종료된 후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 개정 실무적 협상을 즉각 개시하도록 공식 지시했고 백악관이 이에 동의하여 실무 협상이 시작되었습니다.

 

탄두 중량이 무거워질수록 당연하게도 파괴력이 강회되므로 한국은 탄두 중량 제한에 집중하였습니다. 중량이 늘어나면 이전까지는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해야 파괴할 수 있는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한 발로도 파괴할 수 있게 되어 유사시 탄도미사일의 효용성이 비약적으로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2017년 9월 1일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한미의 대응 및 공조방안을 논의하였고,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미사일 지침을 한국측이 희망하는 수준으로 개정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그리고 뒤이어 9월 4일 양국 정상간 전화통화를 통해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없애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국은 중량 무제한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보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사거리 제한이 걸려 있으나 유사시 탄도중량을 줄여 실질적인 사거리를 늘릴 수 있으므로 암묵적으로는 8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지는 미사일 개발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 미사일 지침 4차 개정>

 

이것이 가장 최근의 개정 내용입니다. 2020년 7월 28일 청와대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 개정되어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 되었음을 밝혔습니다.

 

개정 전에는 "대한민국은 사거리 800km를 초과하는 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 였는데 개정 이후에는 "대한민국은 사거리 800km를 초과하는 군사용 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 로 바뀌었습니다. 즉 민간용이라면 고체 로켓을 개발해도 상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사실상 미사일 개발에 걸려있는 모든 족쇄를 풀고 자유롭게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제 ICBM 기술도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군사용 미사일에는 사거리 제한 800km 가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사거리 무제한의 고체연료 민간 발사체는 개발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고체연료를 넣은 민간용 발사체는 유사시 곧바로 미사일로 전용이 가능합니다. 발사체에 위성을 넣어 우주로 날리면 로켓이 되고, 유사시 위성 대신 탄두를 넣어서 날리면 미사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성발사용 발사체와 미사일 사이에는 약간의 기술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위성은 우주 궤도로 뛰우는 것이고 미사일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탄두가 발사체와 분리되면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돌입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800km 미사일 개발을 통해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사거리 무제한의 미사일에도 빠르게 적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3. 한미 미사일 지침에 대한 생각 - 미사일 지침은 주권 침해인가?

 

한미 미사일 지침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합니다. 대량살상 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제한은 필요하다는 입장,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MTCR과 같은 방식을 통해 일정한 제한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한국 입장에서 다소 갑갑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 있습니다.

 

반면 미사일과 같은 군사무기의 개발은 국방을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주권의 침해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미국은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까지 보유하고 있으면서 한국에는 미사일 개발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는 의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에 동의합니다. 특히나 한국은 안보 환경이 매우 험악합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강대국과 북한이라는 불량 국가에 둘러싸여 있어 국가안보를 위해 중무장이 필요한 환경입니다.

 

따라서 미사일 개발은 국가 방어를 위한 핵심 주권으로서 반드시 되찾아 와야 하며 우리도 유사시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대량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이 오랜 노력 끝에 거의 대부분의 족쇄들이 풀렸습니다. 이제 미사일 사거리 800km만 풀리면 공식적으로 한국은 미사일 개발 및 보유에 대한 모든 제한이 풀리게 됩니다. 그 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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