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오래 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독일이 어떻게, 왜 우승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좀 지루한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함으로서 독일의 우승 비결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왔었죠. 많은 분석에 따르면, 독일의 우승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장기적인 계획 하에서 시스템 축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선수들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그런 선수들을 발굴해서 육성한 것 역시 시스템 덕분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는 10년 전부터 오늘을 준비했다." - 독일 축구대표팀 요하임 뢰브 감독
독일은 10여년 전부터 각 구단에 유소년 아카데미 설립을 유도하면서 향후 독일 축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들을 훈련시켰고, 2006년부터 독일 대표팀 감독을 맡은 요하임 뢰브 감독은 독일 축구협회의 지원 하에 8년간 대표팀을 이끌면서 선수들을 특성을 파악하고 전술을 연구하며 탄탄한 팀을 구축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독일은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든, 그렇지 않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면 최고의 팀을 가졌기 때문이다."
독일 대표팀 미드필더인 필립 람 선수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입니다. 독일이 추구하는 시스템 축구의 핵심을 찌르는 문장입니다. 몇몇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서 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지요. 남미가 시스템보다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차기 유망주를 발굴하고, 이들을 훈련시키고, 전략전술을 가다듬으면서 팀웍을 다지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통해 독일은 탄탄한 기반을 갖춘 시스템 축구를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 축구는 저변이 넓고 매우 탄탄한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기적 비전의 부재와 잦은 감독 교체 등 체계적 준비 부족으로 2002년 4강 진출 이후 전혀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히딩크 이후로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히딩크 + 홈 어드벤티지 덕분에 4강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의 개선 없이는 다시는 이런 성적을 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축구판 돌아가는 것 보면 별다른 희망도 없어 보입니다.
"한국 양궁이 정상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체계적인 선수발굴 및 훈련 시스템"
우리나라 양궁은 오랫동안 세계 정상을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여자 양궁은 84년 서양순 선수를 시작으로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정상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정상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선수선발에서 훈련에 이르는 체계적인 선수발굴 및 훈련 시스템 덕분입니다.
선수발굴 및 교육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으면 계속해서 새로운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고, 이들이 오랜 훈련을 거쳐 대회에 투입됨으로서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반면 이런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으면 요행을 기대할 수 밖에 없으며 가끔 운 좋게 스타 선수가 나와 반짝 좋은 성적을 내어 주기도 하지만, 이것은 오래 갈 수가 없으며 그 선수가 물러남에 따라 다시 내리막을 걸을 수 밖에 없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이 바로 그런 분야입니다.
김연아라는 천재가 등장하여 한국 여자 피겨를 순식간에 세계 정상으로 올려 놓았으나, 문제는 김연아 선수의 뒤를 이을 다음 주자가 없습니다. 선수발굴 및 훈련에 힘을 쏟아야 할 빙상연맹은 이른바 '빙신연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으며 한동안 매도를 당했습니다.
지난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보여준 행동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김연아 이후의 새로운 유망주 발굴에 있어서도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김연아 선수가 빠진 다음 대회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둘 경우 또 다시 빙신연맹이란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조직(기업, 스포츠팀 막론하고) 언제나 기복없는 실력을 보여주며 항상 평균 이상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반면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잠깐 운 좋게 반짝 할 수 있을 뿐, 성과를 계속 이어갈 수가 없습니다.
축구도 그렇고 피겨도 그렇고, 향후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그 미래가 매우 어두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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